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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디 게임 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뭐랄까… 요즘 게임들에 대한 실망과 게임을 재밌게 했었던 과거에 대한 노스텔지어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생 무렵에 세계적 거대 기업이었던 소니와 마이크로 소프트가 게임 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뒤부터 게임 산업은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갔고 과거 게임들과는 달리 3D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의 발전은 게임 방송 혹은 티비 게임 채널, 더 나아가서 E-스포츠로 까지 사업이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점점 더 발전하는 사실적인 그래픽, 영화로만 구현되던 현실적인 세계관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게임 스케일, 인터넷 망의 발달로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거나 대결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등 끝이 어딘지 모르게 발전하는 차세대 게임 사업이었다. 그 속에서 도트를 기반으로 한 2D 그래픽의 게임들은 이제 전부 모아다가 박물관으로 넣어야하는 구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게임 업계는 전혀 그렇질 않다. 2D 도트를 기반으로 한 인디 게임의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고 지금 게임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시장은 모바일 시장으로, 모바일 시장의 게임들은 내가 20~30여년 전에 봤던 게임들과 겉보기엔 크게 다르지 않은 게임들이 많다. 그리고 전혀 ‘사양이 높지 않은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는 메이져 회사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아니, 이제 닌텐도는 완전히 이 분야의 메이져이다).

왜 그런 것일까

메이져 대작 게임의 한계

나는 그 이유를 단 번에 말할 수 있다. 내가 바로 날로 발전하는 게임에 질려서 2D 기반에 도트 인디 게임을 뒤적거리고 있는 게이머이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이제 엄청난 사양에 게임에 지쳐가고 있는 중이다. 그 이유는 대략 이렇다.

첫째, 가격이 너무 비싸다. 게임기의 사양이 높아지고 거기에 맞춰 게임을 만들다보니 엄청난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고, 거기에 맞춰 필연적으로 게임의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출시 직후 요즘은 시즌패스를 합산해서 10만원이 넘는 소프트 가격은 아주 당연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 가격이 합당한 것이냐를 떠나서 10만원이 넘어가면 이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가격이다. 어떤 소프트는 모든 시즌 패스를 구매하면 게임기의 가격을 넘겨버리는 게임들도 많다. 과연 그렇게 비싼 게임들은 그만한 즐거움을 우리들에게 주는 것일까. 뭐 이런 문제는 개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둘째, 게임성이 그저 그렇다. 처음에 3D 게임이 나왔을 때만 해도 2D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게임과 새로운 장르, 새로운 조작법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 기대했고, 나역시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차세대 게임기들이 처음 나왔을 때는 실제로 그러한 기대들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나오는 게임들마다 뭔가 새로운 건 없고 계속해서 예전의 성공을 재탕하는 수준의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이건 일부 작은 개발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대 메이져 회사들조차 게임을 낼 때마다 이런 비평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 3D를 기반으로 한 게임의 한계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셋째, 대작 게임들은 무겁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든 대작 게임들은 무거운 느낌이 든다. 스토리도 무겁고 게임의 로딩도 길다. 그래서 게임을 플레이 할 때는 재밌지만, 게임기를 켜서 플레이하기까지 왠지 부담이 될 때가 많다. 그때문인지 구입을 해 놓고 잘 안하게 되는 대작 소프트가 늘어나게 된다. 예고편이나 발매전 트레일러 정보 등을 보고 혹해서 구입하긴 했지만,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와서 그런 게임은 플레이하기 부담스러워 게임 플레이를 차일 피일 미루다가 플레이를 하지 않고 쌓이게 되는 것이다.

넷째, 연이은 대작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한 번 대작을 플레이해서 엔딩을 보고나면 또다시 대작 게임을 하게 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작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서 또다시 대작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와 흡사하다. 이건 마치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나면 컨텐츠가 상당히 많지만 정작 볼만한 컨텐츠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 넷플릭스에는 하나같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작품들이라 뭔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아 선뜻 컨텐츠를 고르기가 주저되는 상황을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 대작을 클리어했으면 아마 다른 대작 게임을 찾기보다는 가볍고 캐주얼한 게임에 한동안 손이 갈 것이다.

다섯째, 지나치게 큰 세계관으로 인한 피곤함. 보통 대작게임들은 그 게임에 스케일에 맞게 엄청난 세계관을 가진다. 그래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는 게임 캐릭터들의 대화에서 수시로 튀어나오는 새로운 단어, 새로운 지명, 새로운 종교, 새로운 국가 등…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새롭게’ 만들어 놓은 거대한 가상의 새로운 것들을 학습해야 하는 피곤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것들을 즐기는 게이머들도 있겠지만, 이제 게임에 많은 열정을 쏟을 수 없는 나이가 되면 그런 것들은 ‘새로움’이 아니라 단지 ‘피곤함’으로 다가온다.

왜 인디 게임을 찾는가

내가 어렸을 적에는 게임이란 건 그냥 어린아이들의 놀이문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게임은 더이상 어린아이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어릴적부터 게임을 하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 게임을 손에서 놓질 않는 ‘피터팬’들이 상당히 많고 그와 더불어 지금 게임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해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다.

전술한 ‘피터팬’ 들은 직장과 가정의 책임감을 어께에 짊어진 채 시간을 쪼개어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앞서 말한 대작의 ‘새로움’이란 것들은 마냥 피곤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피터팬’ 들에게는 그런 세계관과 새로운 시스템은 예전에 다 ‘겪어봤던’ 경험들의 바뀐 간판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그들은 하품나오는 서론은 집어치우고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할 뿐이다. 내가 누르면 즉각 반응하고 조작하는 즉시 엄청난 쾌감을 전해주는, 게임 자체의 본질적인 즐거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즐거움은 예전에 재밌게 한 게임의 경험에서 더 쉽게 찾아낸다.

지금 스팀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많은 인디 게임들의 개발자 설명란을 보면 대부분의 게임들이 80~90년대 게임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멘트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의 영상을 봐도 우리가 어릴적(90년대)에 했던 게임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래픽과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 반가운 작품들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싸다. 구입했다가 뭐 별로 마음에 안들더라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가격이라면 더이상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피터팬’ 입장에서는 선택을 미룰 필요가 없다.

새롭게 배울 필요가 전혀 없는 게임성,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게임의 규칙, 아이콘을 클릭하면 바로바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을만큼 로딩이 없는 쾌적함. 이런 것들이 우리를 다시 2D 도트 게임으로 이끄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복고의 열풍

2D 게임의 열풍은 인디 게임에서 멈추지 않는다. 과거 80년대부터 치열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임 개발 회사들은 2D 인디 게임의 제작보다 한 술 더 떠서 이젠 아예 과거를 그대로 판매하기까지 하고 있는데 그것이 상당히 시장의 반응이 좋다.

미니 패미컴을 시작으로 미니 슈퍼 패미컴, 미니 메가 드라이브, 미니 아스트로 캐비넷, 서양에서는 아예 옛 게임들을 모아 캐비넷을 그대로 판매한다. 이런 현상을 보고 있으니 “유행은 돌고 돈다” 는 말이 실로 체감된다. 이제 앞으로 게임업계는 패션업계처럼 새로운 혁명보다는 이제껏 있어왔던 과거 유행의 돌고도는 ‘포장지 갈이’ 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레트로 기기들의 스샷을 끝으로 글을 맺을까 한다.

요즘은 게임 제조사들의 추억팔이가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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