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149

‘재미’에 관한 소고(小考)

오랜만에 여기저기 웹서핑을 하던 중에 좀 흥미있는 내용을 담은 글을 읽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저자가 쓴 책에 관한 내용으로 ‘재미에 관한 고찰’이다. 이 작가가 생각하는 “재미란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를 몇가지 워딩으로 패턴화해서 그 워딩을 심층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참 일본다운 발상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서점에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었다. 일본 서점을 뒤적거리는 것이 나의 일본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일본 서점은 정말 “이런 것까지 분석을 해서 책을 내는가” 싶을 정도로 별의 별 책들이 많았다. 세계 제일의 출판 강국답게 어딜가나 서점의 규모가 크고 책들의 종류도 다양했다. 너무 사고 싶은 책이 많아 뭘 사야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장소가 바로 일본 서점이었다.

잠시 글이 옆 길로 새어버렸는데, 난 이 작가가 재미를 분류한 방식이, 당연히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도 그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게임이 왜 재밌는 지를 몇가지 워딩으로 나눠 분석해보고자 한다. 잠시 생각해보고 적는 내용이라 저자의 저서처럼 자세하고 깊게 다룰 순 없지만, 뭐 간단히 재미로 써보는 것이니 독자들도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유머

게임에서 유머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대화, 혹은 캐릭터의 귀여운 동작 등 여러방면에서 게이머의 웃음을 자아낼 요소는 존재한다. 캐릭터의 동작이나 말투에서만 유머가 있는 게 아니라, 화면 구석구석에 개발자가 의도해 놓은 오브제 등에서도 우리는 유머를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유머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다크소울> 같은 게임에서도 웃음은 존재한다. 캐릭터가 기상천외한 죽음을 당했을 때나 멀티플레이에서 함정이나 맵의 기믹을 이용해서 상대를 기발하게 죽이는 영상은 조회수가 높고 재밌고 인기가 많다.

감동

게임이 점점 발전해가면서 게임의 스토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 전문 스토리작가’ 라는 희귀한 직업도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스토리가 게임에서 중요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은 단순한 폭력과 경쾌한 음악이 주는 쾌락을 넘어서 감동적인 스토리로 게이머들에게 여운을 주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보통 감동은 게임의 엔딩을 보게 될 때 많이 느낀다. 수많은 역경과 리트라이를 반복해가면서 욕하면서 꾸준히 전진한 결과, 드디어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의 감동과 스토리의 애틋함이 배가 되어 많은 게이머들에게 무한한 뿌듯함을 안겨준다. 게임의 감동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훨씬 그 감정의 농도가 진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게임은 자신이 엔딩까지의 여정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편하게 앉아서 감독이 연출한 스토리를 즐기는 한방향 소통보다는, 아무래도 자신의 조작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쌍방향 미디어의 장점이 아닐까.

깨달음

게임을 하다가 게임 내의 규칙이나 아이템을 이용한 전법을 스스로 고안해내고 그 생각이 실전에서 빛을 발했을 때, 게이머는 엄청난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이런 깨달음이 주는 재미는 게임의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게임이든지 게임의 아이템과 규칙을 활용해서 앞으로의 상황을 전개해나가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꼭 개발자의 의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터넷을 발달로 우리는 수많은 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버그성 플레이를 찾아내어서 창조적인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넷상에는 넘쳐난다. 우리는 그러한 영상을 따라하는 것을 넘어서 새롭게 보완하고 덧붙여서 자신만의 새로운 플레이를 창조해 낼 수도 있다.

반응성

게임은 내가 컨트롤러로 지시를 내리고 화면이 나의 지시에 반응한다는 점이 다른 영화나 소설같은 대중문화와의 차이점이다. 이건 게임의 재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한 반응을 중독성있게 만드는 것이 베스트셀러 게임이 되는 첫걸음이다. 내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혹은 내가 이동을 할 때마다 기분 좋은 사운드와 그래픽으로 게이머의 오감을 자극해야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인디게임이 많은 중년 게이머들의 노스텔지어의 향수를 자극하지만, 새로운 인디게임들이 우리의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는 이런 반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나 게임의 장르, 혹은 도트 그래픽의 감성은 과거의 그것들을 흉내낼 수 있지만, 과거의 개발자들이 밤새워 고민하고 만든 ‘사운드’나 ‘효과음’ 같은 것들은 아직 인디 개발사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축적

우리가 현실에서 어떠한 스킬을 익힌다고 할 때, 그 스킬을 익히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 이기 때문인데, 인간은 자신이 아무리 힘들게 익힌 스킬이라 할지라도 한동안 수련을 게을리하면 그 스킬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예를들어 영어를 배운다치면, 한동안 영어를 공부하지 않고, 일상에서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실력은 무뎌지게 된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게임에서 자신이 얻은 데이터는 파일이 손상되지 않는 한, 영원히 그 상태로 기록된다. 게임을 하다가 흥미를 잃어 그대로 방치한 채, 몇 년 뒤에 다시 게임을 시작하더라도 자신의 캐릭터가 예전에 가졌던 경험치나 아이템은 그 때 ‘그대로’ 이다. 게임에서 자신이 얻은 데이터는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며 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축적’ 의 본능을 가진 인간들에게 주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회화

게임에서 제일 중요하면서 가장 먼저 유저들에게 보여지는 요소는 바로 그래픽이다. 그래픽은 게임의 흥행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게이머들은 더 좋은 그래픽을 감상하기 위해서 고가의 모니터나 그래픽카드를 구입하는 등 그래픽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이들이 많다. 게임 개발사들은 더 좋은 그래픽은 물론이고 더 훌륭한 캐릭터와 게임 세계를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저들에게 더 좋은 그림체를 보여주기 위해서 유명 만화가나 디자이너를 고용한다. 게임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그림들은 그런 아티스트들의 밤낮없는 고민의 성과물들이다. 예전에는 미술관에 가서 돈과 시간을 들여 감상해야 했던 것들을, 지금은 손쉽게 게임을 통해 최고 수준의 작화가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능력있는 디자이너의 작품은 언제나 우리의 눈을 즐겹게 하며 그러한 즐거움이 게임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이다.

이상으로 필자기 앞서 언급했던 책의 저자처럼 ‘게임의 재미’를 여러가지 워딩으로 분류해서 분석해보았다. 당신은 얼마나 이 글에 공감했고, 또 당신이 생각하는 ‘게임의 재미’에 관한 워딩은 무엇인가? 지금 이 글을 다 썼다고 이 글을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계속해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워딩이 있으면 언제라도 글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것이다.

원코인연구소
Latest posts by 원코인연구소 (se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