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80
필자가 블로깅을 하면서 아주 많이 한 이야기지만, 1990년대는 대전 격투 게임의 황금 시대였다.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 안에는 버튼을 두드리는 소리, 스틱을 움직이는 소리, 수많은 게임들의 음악이 뒤섞인 굉장한 소음 덩어리, 그리고 승리나 패배의 환호와 외침으로 항상 활기차고 가슴 설레는 곳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와 “아랑 전설(Fatal fury),”모탈 컴뱃(Mortal Kombat)”과 같은 대형 게임들 사이에서 캡콤(Capcom)의 참신한 작품, “다크스토커즈”가 어느날 불쑥 예고도 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당시의 게이머들에게 크게 가슴에 와닿지 못한 게임이었다. 당시 오락실의 수많은 대형 게임들과 같은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고, 필자는 지금까지도 이 게임이 왜 그토록 인기가 없었는 지, 그 이유가 아직도 궁금하다.
대전 게임의 새로운 해석
“다크스토커즈”는 독특한 게임 캐릭터로 그 당시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에게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게임의 아트 디자이너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신화, 전설, 공포 이야기 귀신들에게 영감을 받아 그 귀신을 아주 일본적으로, 아니 아주 캡콤적으로 재해석하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귀신의 이미지를 게임의 캐릭터화하는 데 성공했다. 섹시한 서큐버스 모리건부터 귀여운 고양이 여자 펠리시아까지, 각 캐릭터는 고전적인 공포물의 크리쳐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었다.
당시의 오락실의 게임들 속에는 세상을 여행하며 수련하는 격투가나 거리의 깡패, 혹은 무술가, 복싱이나 유도와 같은 격투기를 선수들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캡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귀신들을 재해석한 독특한 디자인의 캐릭터들로 기존의 오락실을 지배하던 캐릭터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고딕 다크 판타지 아트
게임이 크게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하였지만, 게임 플레이를 넘어서 “다크스토커즈” 가 당시 게임들이 주지 못했던 독특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줬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프레임이 많고 디테일한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게임을 보는 순간 상당한 고퀄리티의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하게 어둡고 칙칙한 다크한 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고딕 호러의 미학과 동양적인 해학인 요소를 조합해서 지나치게 음울한 분위기를 내지 않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 설계되었던 것도 캡콤을 넘어 그 당시 일본 게임, 아니 지금의 일본 게임에도 흐르고 있는 일본 게임 DNA 라고 볼 수도 있다. 분명히 어둡고 호러 세계관에 입각한 배경 아트와 그래픽이지만, 캐릭터들의 익살스런 표정, 그리고 승리 시에 나오는 대사의 유머스러움은, 당시 고도의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있던 세대가 가진 희망차고 역동적이었던 사회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컨셉이었다.
고딕과 다크 판타지, 그리고 해학… 이 독특한 예술 스타일의 조합은 그 후의 많은 게임에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일본 게임들이 고딕 판타지를 배경으로 여러 장르에서 게임을 제작해왔고, 캡콤의 이런 스타일리쉬한 고딕의 재해석은 마치 캐릭터를 박물관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한 캐릭터만 만들어내던 서양의 게임 아트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필자가 느낀 바로는 요즘 출시되는 게임을 보고 있자면 서양의 게임이 일본의 스타일을 흉내내고 있고, 일본이 서양의 스타일을 흉내내고 있는 듯한 진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많은 마니아를 가진 비인기작
“다크스토커즈” 시리즈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세계관과 아트 스타일로 인해 많은 일본과 서양에서 많은 마니아를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다. 하지만 다른 캡콤의 대규모 타이틀처럼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마지막 작품이 나온 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식 후속작의 개발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다크스토커즈” 시리즈는 캡콤의 아픈 손가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는 하나, 그 문화적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모리건이나 제다와 같은 캐릭터들은 시리즈의 상징이 되었고, 다른 캡콤의 타이틀과 크로스오버 게임에서 등장해오고 있다. 또 애니메이션 시리즈, 애니메이션 OVA, 그리고 만화를 통해 대중 문화에서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 <마벨 vs 캡콤 infinity> 의 발표 회장에서 화면에 제다의 영상이 비춰졌을 때, 그곳에 있던 팬들의 함성을 필자는 잊을 수가 없다.
하루 빨리 후속작을…
다크스토커즈 시리즈는 시리즈가 나온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니아들은 많은 게임이다. 이런 IP를 가지고서도 후속작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캡콤이 야속할 정도다. 최근에 <Capcom Fighting Collection> 타이틀에서 다크스토커즈 시리즈을 한데 모아 추억 팔이 타이틀을 출시 했을 때, 다크스토커즈 후속작 발표의 군불을 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사실은 아닌 것 같다. 개발사 측에서는 어떠한 계산이 후속작의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지는 필자로서는 잘 모르겠으나 하루빨리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탄생 된 다크스토커즈의 후속작을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의 염원을 캡콤이 잊지 말길 바랄 뿐이다.
- 3월은 잔인한 계절 - 2026년 03월 12일
- 반다이 프라모델 : 기동전사 건담 ZZ 시리즈 모음 - 2026년 03월 12일
- 건담베이스 한정 SDCS RX-78-3 건담 - 2026년 0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