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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를 끌지 못한 아쉬운 시리즈

캡콤이 처음 <다크스토커즈>를 릴리지한 시기는 바로 1994년이다. 처음 이 게임을 봤을 때 아주 충격적인 비주얼에 놀랐다. 그 시기에 일본 문화는 항상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그 시절의 필자를 놀라게 하는 것들 뿐이라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게임의 비주얼이 놀라울 정도로 예술적이고 참신했다.

세계 전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귀신에 관한 이야기나 전설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캡콤의 독특한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들이 서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싸운다는 설정의 게임이었다. 세계의 귀신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게임 설정은 다소 유치해 보일 수도 있었으나 캐릭터 하나하나의 수려한 디자인과 아주 훌륭한 배경의 아름다움이 필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처음에 나왔을 때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질 못했다. <다크스토커즈>는 아주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이었고 이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약>중>강 으로 이어지는 체인 콤보조차 제대로 쓰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기본적인 게임의 룰 안에서 플레이하는 것도 참 힘든 게임이었다.

그리고 vs CPU전은 그야말로 높은 난이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멀리 떠나 보낸 최악의 이유였다. 당시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cpu전에 대한 정보도 공유가 되질 않았기에 난이도에 대한 문제는 더욱 커졌다. 처음 게임을 접한 사람은 평소에 격투 장르의 게임에 조예가 깊은 사람조차 3스테이지를 넘어서질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출시되고 당분간은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게임은 오락실에서 사라져 갔고, 그 자리를 SNK의 격투 게임이 채웠던 상황이 그때 필자가 겪은 기억의 단편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게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록 필자 역시 이 게임에 난이도에 굴복하여 SNK 격투 게임으로 갈아 탄 유저들 중 한 명이었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줬던 상당한 수준의 그래픽과 미적 감각은 마음 깊은 감탄을 자아내었다.

1년만에 출시된 뱀파이어 헌터

1년만에 출시된 <뱀파이어 헌터> 역시 엄청난 수준의 게임 아트를 자랑하는 작품이었다. 신캐릭터로 등장한 ‘도노반’과 ‘레이레이’는 뱀파이어 시리즈에 걸맞는 아주 훌륭한 디자인과 설정으로 작품의 질을 높였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전작의 실패의 영향으로 오락실에 유통이 되질 않았던 탓인지, 당시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찾기조차 힘든 게임이었다.

정말 아쉬웠던 것이 이 게임은 전작의 문제점을 상당히 개선해 낸 작품이기에 필자는 이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유통이 되질 못한 채 묻혔던 사실이 매우 아쉬웠다. 전작에서 굉장히 빡빡한 타이밍을 요구했던 체인 콤보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간편해짐과 동시에 6버튼 모두 순서대로 체인 콤보가 이어지도록 강화되었다. 그리고 전작에서 지적되었던 vs CPU전에 대한 난이도 문제도 일본에서 수많은 게임 센터 업주들의 원성을 무릅쓰고 초보자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낮추었기 때문에 만약에 이 게임이 전국적으로 널리 유통이 원활히 잘 되었었더라면 이 시리즈 자체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인기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필자 역시 이 시리즈를 매우 좋아하고 나온 시리즈는 아주 많은 시간을 즐긴 유져이다. 그리고 누군가 뱀파이어 시리즈를 해보고 싶다는 게이머를 만난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시리즈의 2탄인 <뱀파이어 헌터>를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의 이 시리즈 팬들은 시리즈의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뱀파이어 세이비어>를 꼽는다. 하지만 필자는 게임의 난이도, 그리고 완성도와 밸런스,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낮은 허들 등을 종합해서 따져 볼 때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뱀파이어 헌터> 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뱀파이어 헌터>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이 시리즈의 최고 캐릭터인 ‘제다’를 고를 수 없다는 것 뿐이다.

뱀파이어 세이비어1,2

<뱀파이어 헌터>가 출시하고 2년 뒤, 이 시리즈 최고의 작품인 <뱀파이어 세이비어> 가 출시한다. 일본에서는 시리즈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게임에 굉장한 찬사를 보내고 초인기작으로 급부상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오락실 산업이 내리막을 걷고 있었고, 새로운 게임의 기대보다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스테디 셀러 작품들이 오락살의 많은 캐비넷에 자리잡고 있던 시기였다.

새로운 게임이 나와봐야 수많은 캐비넷 중에서 하나를 차지할 뿐이었고 많은 활기를 띄지도 않았다. 대기열 없이 바로 게임을 할 수 있었고 챌린지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거기다 뱀파이어 세이비어는 한 게임에 용량의 문제로 캐릭터를 다 담을 수 없어서 5개월 뒤 일부 캐릭터가 달라진 뱀파이어 세이비어2 를 내놓았다. 안그래도 새로운 게임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한국의 아케이드 시장에서 이렇게 하나의 게임을 둘로 내놓는 이상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필자 역시 이 시기에 <뱀파이어 세이비어2> 에 손댔다가 필자가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인 ‘제다’와 ‘리리스’ 가 없는 것을 보고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90년대 대중 감각과의 이질

뱀파이어 시리즈는 너무나 아쉽게도 90년대 한국의 대중 감각과는 맞지 않는 스타일의 게임이었다. 당시의 필자의 미적 감각은 또래의 친구들고 비교하면 상당히 특이한 편에 속했다. 당시 한국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SF나 공상, 판타지에는 매우 가혹한 대중 감각의 시대였다.

뭔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관의 컨셉은 이른바 ‘애들 용’이라 무시하고 낮게 보는 경향이 컸다. 그래서 좀 더 극화적인 화풍과 컨셉을 가진 <용호의 권>이나 <아랑전설> 같은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리얼하고 세련된 패션의 게임 아트를 선보인 KOF 시리즈가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 몰이를 한 것은 그 당시 한국의 대중 감각으로는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정말 이상한 대중 감각이었다. 지금도 그러한 성향이 강하지만 그때 만큼은 아니었다. 새계적으로 신드롬을 몰고왔던 헐리우드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한국에선 전혀 돌풍을 일으키질 못했고, 푸른 하늘과 웃는 얼굴이 가득찬 유쾌하고 가벼운 세계관의 작품들은 철저히 외면 당했다. 인기를 끈 작품들은 뭔가 하나같이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들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서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 지가 흥행의 관건인 것 같았다.

오히려 <드래곤 볼>의 돌풍이 의아해지는 시기였다. 현실은 누구나 희망찬 시대였고,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는 확신으로 가득찬 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문화는 뭔가 어둡고 깊은 고뇌를 그린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나치게 잘 나가고 활기찬 현실에 대한 반발이 문화적으로 표출되었던 것일까?

언제나 뱀파이어 시리즈의 부활은 환영

일본에서는 이 시리즈가 꽤 인기를 끌었고, 서양에서는 게임이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으나, 애니메이션은 인기를 끈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미약한 게임의 인기에 비해 꽤 많은 뱀파이어 시리즈의 마니아가 존재하고, 시리즈가 사장된 지금에도 여러 팬사이트에서 팬아트들이 무수히 생겨나고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반해서, 이상하리만큼 한국에서는 인기를 못끌었고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의 마니아 층조차 발견되지 않는 게임이다. 얼마전 발매된 캡콤의 <캡콤 파이팅 컬랙션> 에서는 뱀파이어 시리즈의 전 작품이 모두 수록되어 있었지만 한국에서 판매량은 미미했고, 멀티 플레이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필자는 게임을 출시 일에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즐기는 사람이 없어 온라인 대전을 할 수가 없었다.

무수히 온라인 대전을 시도한 끝에 약 1달만에 겨우 한 번의 대전을 해봤을 뿐이었을 정도로 이 시리즈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미미하다. 필자는 여전히 이 시리즈가 재평가 되길 바라지만, 그럴려면 캡콤이 다시 시리즈를 이어 나갈 작품을 출시하는 것이 필수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캡콤은 전혀 그럴 의지가 없어보이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게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하지만 참신하고 독특한… 그리고 아름답기까지 한 이 시리즈의 아트가 이렇게 묻히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다.

부디 제발 이 시리즈를 이어갈 작품을 출시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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