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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든링 DLC는 너무 잘 만들어 문제다

요즘 엘든링 DLC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다. 필자는 프롬소프트의 소울라이크 게임팬이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발매일에 구입해서 해보진 못하고 며칠이 지난 지금에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 엘든링 DLC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많이 봤는데, 필자가 시작도 못한 사이에 이미 엔딩을 본 사람까지 있으니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영상을 보다보니 이번 엘든링 DLC는 난이도 때문에 말이 많아 보인다. 필자는 이미 엘든링 DLC의 난이도가 높을 것을 예상하고 방어력 세팅을 중심으로 항상 영체와 같이 싸웠기 때문에 난이도에 대한 이슈가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다. 엘든링 DLC 몹들의 대미지도 미켈라의 성수 지역의 몹들과 비슷한 수준의 대미지였다. 잡몹에게도 2대 맞으면 죽니 뭐니 말이 많긴하지만 당장 맵을 이동해서 미켈라의 성수 지역으로 가보면 DLC 지역의 몹들의 대미지가 그렇게 쎄다는 말은 쏙 들어갈 것으로 얘상된다.

DLC 지역의 보스들의 공격의 턴이 너무 길다는 의견도 많았다.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DLC 보스들의 공격은 짧으면 5회에서 길면 8~10회까지 이어지는 것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DLC 보스들은 공격을 마친 후에도 일정 시간의 틈이 없이 또다시 강인도를 앞세워 새로 공격을 시작해버리니 기존의 플레이에 익숙한 팬들은 당황할 법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그러한 점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엘든링의 호구중에 호구 보스인 멀기트 또한 처음 엘든링이 출시 되었을 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멀기트의 공격은 너무 길고 틈이 없어서 플레이어들이 공격할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했다. 그뿐인가 영체를 쓰고 황금 싸인의 동료와 같이 싸워도 멀기트에 나가 떨어지는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했다. 필자 역시 나가떨어지던 플레이어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언제나 프롬소프트의 게임들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문제들은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스들의 패턴이 공략되기 시작하면서 발가벗은 고수들이 멀기트를 비롯한 고난이도의 보스들을 순삭하는 영상들이 줄지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반인들은 그러한 슈퍼 플레이들을 완전히 따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고수들의 플레이들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패턴이나 흉내낼 수 있는 패턴들을 선택적으로 소화해서 자신의 플레이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DLC 또한 그럴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보면 틀림없이 발가벗은 고수들이 그토록 악랄하던 보스들을 차례대로 녹여버리는 영상들이 하나 둘 올라올것이다. 그때 고수들의 플레이를 자신의 실력에 맞게 선택적으로 흡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는 필자도 대방패와 영체를 동료 삼아 DLC지역을 떠돌아 다닐 생각이다.

그럼 이번 DLC에서 단점은 없느냐? 필자의 대답은 그렇진 않다 이다. 이번 DLC의 최대 문제점은 바로 너무 잘 만들어서 문제다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번 엘든링 DLC의 모험은 미켈라의 고독한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인데 게임의 분위기가 쓸쓸해도 너무 쓸쓸하다. 게임을 오래하고 싶어도 이상하게 게임을 하다보면 감정이 북받쳐서 게임을 그만하게 된다. 게임을 오래하면 우울증이 걸릴 것 같은 느낌이다.

엘든링 세계의 쓸쓸하고 애달픈 풍광

특히 DLC지역에 진입하고 처음 맞이하는 황량한 갈대밭은 정말 플레이어들의 마음 한구석을 처량하게 만든다. 20년 겜들이 인생에 별의 별 게임을 다해보고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게임들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어지간한 연출이나 훌륭한 사운드 혹은 매혹적인 그래픽으로는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느낄 수 없는 메마른 필자의 가슴에도 이번 DLC 지역의 서정적인 연출은 황량한 마음에 무언가가 꿈틀거리기에 충분했다.

엘든링 본편의 배경에서도 쓸쓸하고 서정적인 연출이 많았다. 하지만 본편에서는 자주 멜레나라는 귀여운 여인이 주인공의 모험을 함께 했었고 다양한 성격을 가진 NPC들이 게임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음울하게 가지 않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DLC에서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보이질 않는다.

어느 지역에 가나 하나같이 쓸쓸하고 애달픈 모습들 뿐이다. 보스의 패턴은 아직 파악되질 않아서 힘들고 맵을 꼼꼼히 돌아보자니 여기저기 쓸쓸하고 황량한 풍경들 뿐이라서 게임을 하다가 서정적인 감정의 소모로 인해 금방 지치게 된다.

조금만이라도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NPC나 지역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 이번 DLC의 최대 아쉬운 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해서 엘든링 DLC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엘든링은 재밌고 환상적인 게임이다.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게임이 또 있을까? 엘든링이란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차차 보스들을 무찔러 갈수록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엘든링의 세계를 끝내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온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드는 엄청나게 잘 만든 게임이다.

그리고 이 글을 마친 후에도 필자는 여전히 엘든링의 쓸쓸하고 황량한 갈대밭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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