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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게임이란 장르의 게임이 나온 지 이제 40여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격투란 장르가 나왔을 때는 그 게임의 흥행은 물론 게임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하는 사람만 하는 마이너한 장르가 되고 있다. 아니 이미 되어있다. 나는 아직 높은 진입장벽에 입문을 머뭇거리거나 아니면 이제 격투는 지겹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격투 게임의 매력 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격투 게임의 매력 없어지고 있다

요즘은 격투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많이 없다. 한창 격투 게임의 붐이 일었을 때는 오락실의 거의 모든 게임이 격투 게임이었다. 당시 오락실 안의 풍경은 저마다 열심히 상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었다. 격투 게임 이전의 게임들은 플레이어와 프로그램 알고리즘과의 싸움이었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2> 로부터 시작된 격투 게임에서는 이제 알고리즘이 아닌 실제 사람과의 수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 유저들과의 대결은 그 혁명의 시작을 열었던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2> 흥행은 물론이고 게임산업 전반의 폭발적 성장을 동반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격투 게임은 더이상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지나친 마니아화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오해지는 조작방법, 또 그에 따른 아주 높은 진입장벽은 많은 유저들을 등돌리게 만들었고 신규유저의 진입을 막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와 <철권> 같은 게임들도 새로운 시리즈가 릴리즈 되어도 겨우 2~3백만장이라는 초라한 판매실적을 거둘 뿐이다. 요즘은 fps게임이나 롤 같은 전략 게임이 유저간의 대결이란 명맥을 잇고 있다.

게임 개발사들은 이런 돈 안되는 장르를 이제 버리려고 한다. 실제로 대전 격투 게임을 만들려면 회사로부터 개발비를 따내기가 힘들다는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푸념이 미디어를 통해 많이 들려온다.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요즘은 격투 게임도 많이 변하고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복잡했던 콤보나 커맨드의 난이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터넷 인프라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도 넷망을 통한 멀티 플레이가 생명인 격투 게임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다.

그래서 아직 격투 게임의 재미를 잘 모르고 이썩나 예전에는 즐겼지만 요즘은 흥미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이번 글에서는 격투 게임의 매력에 관해 적어볼까 한다.

게임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2

유저간의 공평한 경쟁

격투 게임이란 주로 플레이어끼리 1:1로 lv등의 차이가 없는 공평한 조건하에 좋아하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대전게임을 맣한다.

간혹 캐릭터간의 상성이나 성능이 좋은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격투 게임들은 그런 캐릭터간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발을 하기 때문에 요즘은 예전처럼 강캐나 약캐의 성능차이가 많이 나는 편은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예전과는 달리 정기적으로 게임 패치가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혹여나 개발 의도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강한 성능을 가진 캐릭터나 버그를 이용한 플레이 등 유저들의 피드백이 반영되어 바로바로 고쳐지고 있다.

빠른 전개와 순간의 집중력

격투 게임은 짧은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게임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속에서 그에 맞는 대처를 요구한다. 또 그 상황이라는 게 굉장한 변수가 많이 적용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실수했을 때, 상대가 나의 실수를 기외로 역전하기도 하지만, 나의 실수를 예상못한 상대의 빈틈을 내가 파고들 수도 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상대와 나의 끊임없는 주먹다짐의 연속이기에 경기가 진행되는 99초(보통의 게임은 대부분 1라운드가 99초이다) 동안은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진다.

그런 짧은 시간에 지금까지 연습했던 자신만의 전법을 구사하여, 서로간의 치옇한 수싸움, 역전에 이은 역전, 어지럽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모든 스킬과 노하우를 동원하여 승자를 결정한다! 자신이 연습하여 익힌 연속기나 전법들을 실전에서 통하게 만들었을 때의 쾌감! 순간 순간 찰나에 빠른 판단력을 이용해서 임기응변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 처음에는 상대에게 압도 당했지만 라운드가 바뀔 때, 그 전 상황을 머릿속에 빠르게 복기하여 상대의 패턴을 알아내 그에 상응하는 대응으로 역전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

도저히 재밌지 않을 수가 없다.

캐릭터간의 전법들은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기에 매번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수많은 라운드가 전세계에서 온라인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단 한번의 라운드도 똑같은 경우는 없다.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기에 많은 경우의 수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많은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된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격투 게임은 너무 피곤하다고… 힘들게 하루일과를 마치고 이렇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게임은 하기 힘들다고…

그렇다! 그런 말들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격투 게임들은 유저간의 경쟁에 지친 게이머들을 위해서 다양한 싱글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격투 게임은 언제나 피말리는 싸움의 연속이다 그것이 격투 게임의 매력

온라인 대결에 가려진 싱글모드의 재미

예전 아케이드 시절에는 싱글플레이라고는 아케이드 모드가 고작이었지만, 격투 게임이 가정용으로 넘어온 뒤부터는 여러 싱글모드가 생겨났다.

기본적으로 화려한 영상이 가미된 스토리 모드를 비롯하여 기존 아케이드 모드는 물론이고, 서바이벌 모드, 타임어택 모드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트레이닝 모드는 나날이 기술과 편의성이 발전해서 거의 모든 대전 시의 경우를 재현해 낼 수 있고, 콤보 동영상 등을 sns에 올리기 위한 엄청난 편의성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굳이 온라인을 통한 유저와의 대결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향은 여러가지이다.

또 격투 게임은 1:1 대결이라는 상식을 깨며 1: 多 시스템이나 액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던전 시스템 등 기존 게임과는 다른 수준 높은 미니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들이 많다. 그 성공적인 예로는 철권 시리즈의 <철권 포스>, 그랑블루 버서스의 <RPG 모드> 대난투 시리즈의 <스토리 모드>(솔직히 대난투는 나중에 격투 장르로 변모한 면이 있다) 같이 거의 게임 속의 게임 수준으로 완성도 높은 싱글 모드를 자랑하는 게임도 많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그랑블루 버서스 RPG모드

격투 게임의 단점과 앞으로 나갔으면 하는 방향

격투 게임이 점점 마이너 장르가 되어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아주 높은 진입장벽이다. 거의 모든 격투 장르의 게이머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기술 입력의 난이도는 둘째 치더라도 연속기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서 게임을 사고 나서 모든 캐릭터의 무브먼트를 다 구현해 보지도 못하고 게임을 접는 사례가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연속기나 기술을 쓸 때만 보더라도, 복잡한 입력순서와 커맨드 입력을 다 외워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타이밍에 입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무브먼트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연속기의 순서 암기 이외에도 프레임의 단위를 아우르는 연속기 타이밍도 손에 익혀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연속기를 익혔다고 해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딜캐(딜레이 캐치의 줄임말)라고,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후, 나의 어떤 공격이 상대에 먹히는 지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면 상대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뿐이 아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셋업이라는 개념도 알아야 초보에서 중수로 거듭날 수 있다. 어떤 기술을 성공했을 때, 상대를 이지선다 혹은 삼지선다의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 상대를 괴롭힐 수 있어야 격투게임의 초보 딱지를 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무시무시한 사실은 지금 적은 것들이 각 캐릭터마다 전부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 격투 게임들은 캐릭터 수가 적게는 16명에서 많게는 40명 이상이 될 정도로 캐릭터가 많다. 격투 게임의 진정한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각 캐릭터들의 기술 입력과 타이밍, 연속기의 순서, 각 공격들의 딜레이 캐치, 각 캐릭터들의 셋업 패턴 등을 모두 외워야 한다. 실제로 그걸 다 외우는 건 불가능하다. 격투 게임 대회에서도 프로게이머들조차 각 대결을 할 때마다 스마트폰에 자신들이 메모해 둔 사항들을 한 번 확인하고 대결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난 이제 이렇게 고수 지향적인 개발방향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처럼 파동권을 쓰는 재미로 게임을 하던 그 순수한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예전부터 팬이었던 3~40대 아재들로부터 벗어나 마우스 키보드가 익숙한 지금 MZ세대들에게도 시선을 돌려야 한다.

지금 세대에 맞게 캐릭터 성을 높이고 간단한 조작체계를 바탕으로 멋진 연출과 그래픽을 선보인다면 충분히 다시 일어설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격투 게임은 재밌는 장르다. 다만 지금의 게임 개발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까닭에 재밌는 장르가 빛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격투 장르가 아니었던 대난투 시리즈가 지금 격투 장르로 뜨고 있는 상황은 지금 격투 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제작사들은 이미 기존의 팬들에게 외면 받는 상황이 매우 공포스럽겠지만 나는 격투 게임의 초심으로 돌아가 예전의 간단한 게임 체계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지금 수준의 그래픽과 연출을 조합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유저들을 격투 계로 이끌어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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