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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슈퍼 패미컴 판으로 나온 란마1/2 격투게임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이었던 <란마1/2 정내격투>는 거의 격투게임이라고 하기에는 게임성이 없는 작품이라서 이 작품 <란마1/2 폭렬난투>에서야 드디어 그나마 할만한 게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미 게이머들의 눈은 <스트리트 파이터2>를 통해서 격투게임에 대한 눈높이가 충분히 올라 있는 상태라서 이 게임은 그다지 각광 받지 못하는 듯 했으나 <란마1/2> 이라는 특급 인기 IP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한 덕에 어느 정도의 판매량은 나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도 전작과 비교했을 떄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해보면 당시의 격투 게임들과 비교해도 그 게임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이 게임이 과거의 향수를 가진 팬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게임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려했던 그래픽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게임의 캐릭터 그래픽은 우리가 어린 시절 봤던 <란마1/2> 의 에니매이션 속의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란마1/2>에서 나오는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망가지지 않는 작화 그대로 화면에서 볼 수 있고, 내 손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매력은 당시에 란마1/2을 좋아하던 꼬마들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게다가 게임성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게임이 쉽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2> 가 어려워서 손도 못대고 있었지만 격투 게임이 하고 싶었던 게이머들에게는 그래도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선택지였다.

점프버튼, X+A

이 작품은 기존의 격투게임들과는 다른 게임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점프 버튼이다. 보통의 다른 격투게임들은 레버를 위로 올리면 점프를 하는 시스템이지만 이 게임은 점프 버튼이 따로 있어서 점프를 일일이 눌러줘야 점프를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란마1/2 격투게임을 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격투 게이머들이 가지는 가장 큰 이질감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패드의 789에 해당하는 방량키 위쪽 요소에는 별다른 의미도 없었다. 그냥 방향키 789에 해당하는 요소를 점프로 만들면 될 것을 굳이 ‘점프 키’를 만든 이유를 전혀 모르겠던 것이 전작에서 많이 나왔던 불만요소였다.

하지만 이번작에서는 옵션에서 점프키로 점프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격투게임들처럼 789의 방향키로 점프를 할 것인지를 옵션에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격투팬들도, 그리고 전작을 즐겼던 이 시리즈의 팬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한 점이 빛났다.

그리고 전작에서는 236+P 같은 레버 입력식 필살기를 구사하지 않았다. 공격버튼에 해당하는 X와 A 를 동시에 누르는 이른바 ‘X+A’ 로 필살기를 쓸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 가정용 콘솔의 게임패드는 격투 게임을 할 수 있게 설계되지 않는 탓에 스틱을 쓰는 아케이드와 비교하면 가정용 콘솔의 게임 패드는 파동권 같은 필살기를 구사하기는 문제가 많았다.

격투게임을 하는 이유로 236+P 같은 커맨드 입력의 재미를 느끼는 유저도 많았으므로 이러한 점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었다. ‘X+A’ 같은 버튼 동시 입력으로 필살기를 구사하는 시스템을 채용한 이 작품은 격투게임의 ‘커맨드 입력의 묘미’ 를 잃기는 했지만, 커맨드 입력이 어려운 초보자들에게는 환영받는 요소였다. 그리고 란마1/2 이라는 ip를 보고 구매하는 게이머들은 대부분 어린이가 많았을 것이므로 개발사는 이러한 시스템을 채용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에 대해선 개발자의 인터뷰나 다른 미디어에서 전혀 다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격투 게임으로서의 밸런스

이 게임은 장르가 ‘격투 게임’ 인 만큼 각 캐릭터 간의 개성과 밸런스도 매우 중요하다.

각 캐릭터 간의 개성으로는 당연한 말이지만 캐릭터의 필살기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밸런스가 조정된다. 대공기가 우수한 캐릭터라던지 연타형 필살기가 우수한 캐릭터 등 각 캐릭터마다 2~3개 씩은 가지고 있는 필살기에 의해서 캐릭터 간의 개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필살기 이외에도 2단 점프의 유무라던지, 상대와 자리가 바뀔 때 돌아서는 속도라던지, 캐릭터의 공격 리치, 걷는 속도 등 이런 세세한 것들이 조금씩 달라서 캐릭터 간의 개성을 부여하였다.

2단 점프는 이 게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를 넘어가서 공격을 할 때 상대가 뒤도는 속도가 느리다면 상대에게 가드 불능의 공격을 먹일 수도 있고 상대의 대공기 공격을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 대공기 공격의 위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가 대공기 공격을 헛치게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옵션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으로 대쉬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동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 게임 뿐 아니라 다른 격투 게임에서도 대전에서 거리 조절을 하는 것은 격투 게임의 ABC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게임에서도 좌우 이동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재서 플레이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공중전은 상대의 대공기 공격에 당하는 경우가 많기에 조금만 게임에 친숙해지면 대부분이 지상전으로 공방을 벌인다. 지상 공방전에서는 상대와의 거리를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거리로 조절할 수 있는 지가 승패의 관건이다.

원작에 충실한 서비스

란마 1/2 이라는 초인기 IP로 게임을 제작했기 때문에 기존의 <란마 1/2>의 팬들에게 얼마나 원작에 충실한 요소를 많이 넣을 수 있는지도 게임을 리뷰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고맙게도 이 게임에서는 <란마 1/2>의 팬들에 기쁨을 줄만한 요소들이 많다.

일단 캐릭터가 출전 캐릭터 수가 전작보다 많고 <란마 1/2>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캐릭터는 거의 다 출현한다고 보면 된다.

일단 주인공 란마의 경우에도 전작에서는 남자 상태의 란마만 플레이 가능했던 것에 반해 이번작에서는 여자 상태의 란마도 선택하여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쿠온지 우쿄, 무스, 고슨쿠기 히카루, 도박왕 킹, 핫포사이 등 전작에서는 출현하지 않았던 캐릭터들이 대거 출현하여 원작의 팬들을 즐겁게 한다.

스테이지의 배경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스테이지의 배경이 원작의 팬이라면 다들 알만한 장소를 구현해 놓은 것이 원작의 팬들이 즐거워 할만한 요소이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아쉽다

출시 기종이 SFC인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게임의 액션 부분은 좀 아쉬움이 많다. 비교적 SFC의 초창기 작품인데다가 개발사 자체가 격투 게임의 노하우가 별로 없던 제작사라서 액션 게임으로서의 타격감이나 사운드, 연출 등은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다.

특히 격투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앉아 혹은 서서 가드의 구분이 없고, 캔슬이나 연속기의 개념도 없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오히려 필살기를 상대에게 적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넘어진 상대가 일어나서 공격을 하면 플레이어가 오히려 당해버리는 등 프레임 계산도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적인 대전의 밸런스가 니가와 전법이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에 섣불리 먼저 공격을 내밀지 않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전형적인 격투 게임 초창기의 “못 만든 격겜” 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 이야기 했다면 알겠지만 캐릭터간의 밸런스가 전혀 맞질 않는다.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캐릭터의 그래픽이나 원작에 충실한 “인기 IP 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공격자가 유리한 요소도 다소 보여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기본기를 방어하더라도 가드 대미지가 있다. 그리고 잡기 공격의 대미지가 엄청나기 때문에 생각없이 가드만 하고 있다가 잡기 공격을 당한다면 아주 치명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니가와 플레이가 유리하기에 대전에서는 니가와 전법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필살기는 236+P 같은 커맨드 입력 방식이 아니라 버튼 동시 입력이나 버튼 연타를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필살기를 구사하기가 여타의 격투 게임보다 쉽다고 평이 많다. 하지만 버튼 연타의 입력이 너무 빠른 타이밍을 요구하고 버튼 동시 누름은 1F의 간격 밖에 허용되지 않아서 이러한 방식 또한 약간의 숙련을 요한다. 지나치게 초보자를 배려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마무리

인기 만화 <란마 1/2> 을 원작으로 하는 캐릭터 게임이다. 깔끔한 그래픽과 팬을 위한 원작의 요소가 잘 가미 되어 <란마 1/2> 팬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격겜의 장르로서 격투 게임의 팬들에게는 철저히 외면 당한 작품이다. 그리고 출시 당시의 높은 가격(9800엔)을 감안하면 제 값을 못하는 게임임에 분명하다. 허나 생각보다 중고 시장에서 가격이 빨리 인하되었고 가격이 내려간 뒤로는 아주 적당한 접대용 게임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꽤 많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다. 비싼 게임 소프트의 가격 때문에 콘솔용 소프트를 가지고 플레이 한 사람보다는 오락실에서 10분용 게임으로 좋은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었다. 필자도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100원 넣고 친구들과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10분이 경과 되면 기계에서 제한 시간이 다되었음을 알리는 “삐~~” 하는 경고음이 났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야속하고 아쉬울 수 없었다. 제빨리 100원을 더 넣으면 계속해서 게임을 즐길 숫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아쉬움을 뒤로한 채 게임을 마무리 했다.

일본에서는 예전의 일본 애니나 만화들을 현대의 기술과 감각으로 리메이크하여 작품을 재창조하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필자는 란마 1/2 역시 충분히 리메이크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란마 1/2> 격투 게임 역시 지금 다시 만들어 본다면 그 시절을 추억하는 피터팬들과 지금의 어린이들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컨텐츠가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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