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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엔딩을 향한 여정

알만한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예전부터 “오락실” 좀 다녔다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마치 불문률처럼 여겨지는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원코인으로 정복하는 것이었다. 동전을 한 번 넣고 게임의 엔딩까지 플레이 한다는 것은 똑같은 원코인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어떤 게임이든 간에 마지막 보스의 근처에 가거나 혹은 마지막 보스까지 진출한 게이머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그 사람의 아케이드 캐비넷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서로의 공략을 공유하여 거대하게 게임의 지배법을 만들 수 없던 시절이라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게임 화면을 유심히 관찰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공략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게임을 지배하려 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이유이자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유는 바로 게임을 오래하기 위애서였다. 아케이드 캐비넷에 100월짜리 동전을 넣어야지 한판의 게임을 할 수 있던 시절에는 그 동전의 분량으로 어떻게든 게임을 오래하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하루 용돈이 한정적인 꼬마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무심코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다가 쉽게 게임오버라도 된다면 하루 용돈을 허무하게 날리는 꼴이 되기에 더욱 신중하게 게임을 플레이 해야 했다.

그래서 게임을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게임 화면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이 스테이지를 하나 씩 깨는 장면을 보고 자신의 플레이에 부족한 점이나 몰랐던 정보를 수집해서 자신의 플레이에 첨가하여 머릿속으로 한 번 시뮬레이션 해 본 후에야 비로소 캐비넷에 동전을 넣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아마 예전의 게이머들이 지금도 어려운 게임에 더 익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미 게임 한 판의 중요성이나 하드코어함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 어려운 게임이 나와도 별 불만 없이 개발자의 의도대로 게임을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게이머들은 아케이드 오락실보다는 가정용 게임이나 PC 온라인 게임 혹은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세대라서 예전 게임의 하드코어한 난이도는 잘 적응을 못한다. 그래서 게임의 역사가 진행될수록 게임의 난이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자신의 캐릭터의 “죽음” 없이 단번에 게임을 클리어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옛날 아케이드 게임들은 그 어려움의 수준이 지금의 어렵다고 알려진 게임들의 수준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드코어한 난이도다.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극악의 난이도. 이건 특정 게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오락실 안에 있던 거의 모든 게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어떤 게임 하나 쉽게 최종 보스를 깰 수 있는 게임이 없었다. 그렇기에 실력이 아닌 꼼수를 찾아내서 CPU의 알고리즘을 간파하여 게임을 쉽게 하는 사람을 경멸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웃긴 소리다.

꼼수, 야비, 얍삽이, 쨉실이 등으로 불리던 이런 게임의 꼼수 없이는 꺠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게임들도 많고, 게임의 원 소스가 이미 다 간파되어버린 지금의 시점에서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원코인 클리어가 힘든 게임들도 많기 때문이다.

당시의 아케이드 게임센터의 영업 이익을 생각한다면 게이머가 기계에 오래 앉아 있질 못하게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였다. 어차피 게임 센터라는 것이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아니고 설사 24시간 영업을 하더라도 24시간동안 손님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도 아니다. 손님들이 몰려오는 시간은 마치 식당의 점심 저녁 시간처럼 따로 정해져 있고 그 시간이 지나면 손님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에 기계 하나당 회전률이 아주 중요했다.

오락실의 전성기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필자로서는 아직도 그때의 오락실 풍격이 눈에 선하다. 새로운 공략법을 찾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게임 화면을 기웃거리는 친구들… 친구가 플레이하는 대전 격투 게임을 옆에서 구경하다가 한 번씩 라운드 하나를 빌려하는 모습들… 누가 게임을 끝내고 이니셜을 입력하지 않고 떠나면 잽사게 앉아서 이니셜을 찍는 아이들…

아무튼 그렇게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이 생기면 그 게임의 엔딩을 보는 순간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마치 큰 목표를 이뤄낸 것처럼 당당하고 성취감이 대단했었는데…

지금의 게임에 그렇게 ‘한 판의 소중함’을 느끼고 게임을 하는 어린 친구들이 있을까?

지금도 원코인 클리어를 향해 도전하는 어린 친구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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